별의 아이

[아리아와 모이라가 만나기 전, 아리아가 오버워치 병아리였을 때 ]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라지만,나는 명왕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아리아는 오랜만에 햇빛 조금 남아있을 때 퇴근했다.
정말 빛이 새어나오는 정도의 빛이였지만 그것조차 반가운 시간이다.
오버워치에 입사한 지 이제 두달이 되어가는 아리아.처음엔 자신이 오버워치에 입사했다는 마음에 들떠있었지만,그것도 잠시 잠시 1주일동안 그래왔고 학생 때와 다른 느낌의 엄청난 피로감과 부담을 짊어지게 되었다.
일교차가 큰 계절의 차가운 새벽공기만 맡았다가 상쾌하면서 따뜻한 봄의 저녁기운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바쁜걸음대신 느릿느릿 천천히 걸어보고 주변도 돌아보며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게 얼마만이야,... 학생 때도 많이 못해본 이시간의 귀가인 것 같은데,"
한번 크게 미소를 머금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좋아서 내쉰 한숨인데 어째 다시 바람빠진 풍선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하..이게 맞나."
여유롭게 걷던 걸음은 무기력한 걸음으로 변해가는 것 같았으며,아리아는 힘든 첫 사회생활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었고 무엇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의 관계가 생각보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다는걸 이젠 체념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은근슬쩍 비꼬는 말이 들려왔고, 좀더 친화적이게 다가가면 텃새를 부리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리아는 그럴 때마다 애써 괜찮은 척을 하거나 더 노력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라는 마음을 가지며 꾸준히 지내왔지만, 오히려 오해나 어색한 일만 만들어져 가는 것 같았다.
아리아는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근처인 강의 물가로 가서 괜찮은 잔디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그저 흘러가는 강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냥 물처럼 흘러가고 싶어. 물이면 어차피 다같이 같은 길로 흘러가는데 서로 눈치안보며 갈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시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떨궜다.
떨군 채로 휴대폰을 열자 시간이 지나서 어둑어둑해진지라 휴대폰 불빛이 눈을 찌르는듯하여 밝기를 낮추고 밀린 친구들의 대화를 봤다.
그냥 어차피 같은 얘기겠지하며 빠르게 쭉쭉 읽어내리고 오늘도 데칼코마니같은 똑같은 일상이구나 하며 탁 끈다.
"이렇게 풀밭에 앉아있으면 옆에서 아빠가 나에게 넌 별의 아이라고 많이 해주셨는데..."
이젠 아리아는 부모님의 죽음이 예전처럼 슬프지 않다. 그저 보고싶을 뿐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힘들어서 눈물이 날 틈이 없다.
"나는 그냥 별들을 뒷바라지 하는 그런 존재인건가,이럴려고 별과 가까이한건 아닌데 말이야.. "
아리아에게 우울함보단 속상함과 어쩔 수 없음의 감정이 섞여 뭉쳐지는 것 같다. 누군가가 아냐 괜찮아 시간지나면 괜찮아져.원래 처음은 그래. 한마디 해주면 나아질 정도지만
그럴 사람이 곁에 없다.
-우리같은 연구원들에게 끊을 수 없는건.....담배야..
먼저 한 기업의 연구원으로 취직한 친구의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퀭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며 아리아에게 한 소리다. 아리아는 흡연자가 아니며 건강을 위해 흡연을 꺼려하는 쪽이지만... 최근에 너무 힘들어서 마치 자신이 담배를 피우며 위안을 삼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마냥 한번도 피우지 않은 담배를 가방에 넣고 다니고 있다.
이제 그 친구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가방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하나꺼내 물고 라이터를 탁 켜는 순간 .....
안그래도 향수에도 깐깐하고 예민한 붉은머리 전봇대에게 담배냄새 난다고 자신을 더 싫어할까하는 생각이 들어 라이터를 끄고 물고있던 담배는 다시 가방에 쑤셔박았다.
"그냥 포기했잖아....왜 아직도 그 사람을 의식하고 그래...오버워치에 담배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
이젠 하늘을 위안삼을 수 밖에 없다.
세상 썩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자 별이 총총 박혀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다 별의 곁으로 가버렸네..... 오히려 거기가 더 편할수도...."
아리라는 내심 그들이 부러웠다. 그렇지만 지금 죽는건 무서워서 그건 좀...하며 뒷걸음치기고 하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선 부러웠다.
그러다가 친해지고 싶지만 자신을 피하는 사람의 표정과 말이 스윽... 오버랩처럼 지나가는 것 같아서 순간 아리아는 피식 웃었다.
"다시 생각해보면...말이라던가 표정이 너무 싫어하는게 보여서 좀 웃겨...."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정말 만약에....친해진다면 나랑 친해지기 전의 평소 반응을 그사람 앞에서 똑같이 흉내내며 놀려보고 싶네..."
주변에 아무리 자신이 싫어도 그 사람만큼 큰 의견표출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만 보면 미간에 팍 힘을주며 째려보며 걷는데 생각해보니 꽤나 웃긴 행동들 같았다.
"유치해 정말....자기 싫은 거 그대로 다 티내고....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는건지....."
아리아는 혼자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다가 다시 일어났다.좀 추워져서 더 있으면 감기 들 것 같았다.
"그래.....내일도 그사람 봐야지...어쩌겠어.... 그사람에게 화날 때마다 집에서 그냥 유치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욕하면 되겠지,안그래?"
그리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로 간다.
"바게트빵먹고 싶은데 이시간에 여는 빵집 있을려나? 이왕이면 마감세일이여서 공짜로 받아가고 싶은데...~~~"
그리고 그사람은 마누라가 되었고 말도 드릅게 안듣고
아직도 세상에서 유치뽕짝하게 구는 여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