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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오래된 편지.

SSAL 2022. 1. 18. 03:30














흠,드디어 찾았나보군 오디오런 박사. 내가 자네들 이사를 도우면서 몰래 창고에 들어갈 상자에 넣어둔 편지인데,집정리나 다른걸 찾고 있나보지?
결혼 축하한다네,오디오런박사. 이젠 한 사람의 부인이 되었군. 자네같은 사람이 결혼을 했다는게 참 믿겨지지가 않다네.
자네와 잘 맞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그게 나의 제자라는게 신기할 따름이지.
이편지를 읽으면서 얼른 찢어서 버리고 싶다는거 안다네.
하지만,내가 진넨스를 당신보다 더욱 오래 본 입장으로서 말하지. 그러니깐 나중에 찢어 버려도 상관없으니, 적어도 다 읽어주게나.
자네도 알다시피,우리 아리아는 너무 젊고 아직 어린나이에 한순간에 고향에 계신 부모를 잃었다네. 그나마 친했던 사촌오빠도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나는 진넨스를 대학원 때부터 가르쳤지만,알고 있었던건 대학생 때부터였다네.
친분이 깊었고 나의 친딸같았지. 아리아가 부모를 잃은 뒤로 낙담하며 나에게 자주 찾아왔을 때 저 가여운 아이를 나의 친딸로 받아들일까 생각했지만,그러면 아리아의 본질을 잃게 될까봐 아이를 위해서 그러지 않았다네. 하지만 지금은 그 아이의 이름 뒤엔 '오디오런' 이라는 성이 붙기도 하군. 자네가 이제부턴 나 대신에 이 아이를 지켜주고,안아줘야해.
내면 깊이,자네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줄 만큼.
진심으로 사랑해주게. 나의 몫까지,그 부모가 다 못해주었던 사랑보다 더 많이.(지켜볼거라네. 그동안 자네가 진넨스와 같이 있으면서 있었던 일들을 내가 조금 알고 있거든.어떻게 알았냐고? 자네 부인을 생각해보게나.)
우리아리아는 새콤달콤한걸 꽤나 즐긴다네. 같은 딸기여도 단맛이 나는 딸기보단 신맛이 강한 딸기를 더 좋아했지.가끔씩 기분이 안좋아보이거나 과자를 좀 먹는다 싶으면 신딸기를 주는것도 나쁘지 않군.하지만 적당히 주게나.과자보단 그걸 먹는게 더 낫지만,한번 먹으면 계속 쭉 먹어서 배탈난 적이 있으니. 갑자기 이런 아리아의 취향적 이야기가 나와서 뭔가 의아한가? 그래도 내 딸같은 아이를 당신에게 넘겨주는데 우리 아리아가 항상 만족스럽게 살 수 있도록 좋아하는걸 자네에게 알려줘야지.
아무리 아리아가 과학자라고 하지만 별을 좋아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자네보단 감성적일 수도 있다네. 자네가 감성적인 사람을 곁에 둘 일이 없어서 나 없이 진넨스가 어떻게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지 걱정이군. 그래도 아리아와 오랜시간을 깊이 지내봤으니 이 아이를 잘 위로하고 안아줄 수 있다고 생각하겠네. 허나, 아리아가 나에게 연락이 왔다하면 자네를 다시한번 생각해봐야겠군. ..그 아이가 실망하지 않게 해주게.자네를 유일하게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는 자인 아리아에게 예쁜 말을 아끼지 않고 듬뿍 말해주게. 아픈 말은 충분히 자네의 품속 밖에서 듣기도 하니,자네만큼은 집에 돌아온 작은토끼에게 보상을 주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게 좋겠지만,만약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리아가 자네를 지킬려고 한다면,아리아를 말리지 말고 내버려두면 좋겠군.아리아는 사랑받은만큼 보답하고 온전히 사랑만 받는 아이가 아닌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진 아이라네. 자네와 나의 눈엔 아기토끼처럼 보이고 작아보이지만,그건 아리아가 우리에게만 그렇게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준다는걸.아리아는 자네를 지키기 위해 하얗고 작은 토끼가 기꺼이 암사자가 되어주고 수호신이 되어줄거라네.그렇게 자네를 지키기 위한 아리아에게 그만두라는 말을 하면 아리아는 자신이 무시받는 것처럼 느껴져 당신에게 상처를 받을지도 모를거야. 쉽지 않겠지만 저 작은 몸으로 뭘 하겠나 싶으면서도 걱정될 수도 있지만,내버려두게.
만약,혹시 잘 될수도 있지않겠나? 적어도 육체적으론 자네보다 단단한 아이일수도 있고 말이야. 우주도 나와 몇번 다녀온 아이인데 아리아에게 두려운게 무엇이 있겠는가.두려운게 있다면 자네가 자기자신인 아리아를 믿어주지 않는다는거라는걸 잊지 말게.
이쯤되면 어느정도 알거라고 생각하겠네. 더 말하고 싶지만 결론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오디오런의 화만 불러일으키는 것과 다름없으니, 내가 줄이도록 하지.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내가 자네를 지켜보고 있다네.언제나 조심하도록. 그리고 아리아의 손을 놓아주지 말게. 아리아는 절대 놓치 않으니 자네는 괜한 걱정 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자네가 아리아의 손을 놓치지 않도록 조심하게.
자네가 조금 신뢰가 가지 않지만,난 그래도 자네를 믿겠어.
아리아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다시한번 결혼축하하네. 오디오런.